칠보 2022. 12. 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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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을 자르다: (사람이 대상의) 새로 시작하는 것을 처음부터 막거나 아예 없애다 (다음 국어사전)

지난달 TV를 새로 사면서 끼워 받은 식물생활가전(제품명: LG tiiun mini, 틔운 미니) 제품을 받았다. 씨앗 키트인 비타민과 루꼴라중에 비타민부터 길러보기로 했다. 제품을 설치하고 물과 영양제만 넣어주면 알아서 크는 거라 하고 나중에 다 크면 따 먹을 수도 있다고 해서 흥미가 있었다.

사용설명서를 읽다 보니 식물의 싹이 난 블록별로 가장 큰 개체 하나를 찾아 그 외는 모두 절단하여 제거(일명: 솎아주기)하라고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싹이 올라왔을 때 작은 가위를 들고 구멍당 하나만 남기기 위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식물생활가전 간단사용설명서 中)

하지만 막상 가위로 싹을 자르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한구멍당 확연히 크기 차이가 나는 것은 쉽게 잘라낼수가 있었지만 비슷비슷한 것들은 어느 것을 잘라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것 마저도 잘라내면서 지금 키가 작다고 나중에도 작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어린 싹부터 잘라내는 것이 맞는 일인지 하는 고민이고 비슷비슷한 애들은 결국 하나만 남기지 않고 둘을 남겨두고 며칠을 더보기로 했지만 이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냥 비슷비슷하게 크고 있었다. 며칠뒤 별수 없이 비슷비슷한 것중 하나를 골라 싹을 잘라냈다.

 

말이 좋아 솎아주기지 실은 싹을 자르는 일과 다름없다. 솎아주기를 해야 하나 남은 한 개의 싹이 잎이 커지고 더 좋은 환경에서 생육하게 된다는 거다.

다 잘라내고 전체 10구멍중에 한 개의 구멍은 다른 구멍에서 잘라낸 것보다 발육상태가 좋지 않다. 결국 어느 그룹에 속해 있었느냐 하는 것조차도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다 크면 어떤 상태일지 궁금하다.

 

이러면서 갑자기 회사생활이 생각났다. 인사관리라는게 인적자원을 조달하고 개발하는게 주 목적인데 조달은 했는데 개발은 하지 않고 어린새싹을 한구멍에서 키워보지도 않고 싹을 잘라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또는 너무 작은 구멍에 여럿을 앉혀놓고 너무 일찍 줄서기를 시켰던 것은 아니었을까? 

구멍을 넓히고 하나하나의 씨앗이 모두 잘 자라게 해주고 싹에서 문제가 있다해도 충분한 기회(환경)와 영양제를 투입한다면 처음보다 다른 구멍에 있는 것보다 충분히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경쟁하는 사회에서 생활을 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잡종강세 이런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잠재적인 선민의식속에서 살아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좁은 구멍에서 혼자 살기 위해 주변 초반의 약함을 틈 타 싹을 자르도록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본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도 이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2022/12/13

칠보(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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