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용어 (승강기 용어)
엘리베이터도 다른 산업계과 유사하게 일본으로부터 많은 용어가 들어왔다. 이후 미국(ASME)이나 영국, 유럽(BS,EN)의 코드들이 들어오면서 영문이 한글화 되어 흡수되었다. 2018년 법령에서는 일본식 한자를 최소화하고 의미를 명확히 한다는 명목으로 대대적으로 (거의 날림으로) 정비하였다.
엘리베이터 관련 KS 표준이나 기준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고자 할 때 이 용어가 적합한지를 가지고 전문위원들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다. “문”이 맞는지 “도어”가 맞는지도 아직 해결이 안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을 하다 보면 용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이 용어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우리나라에 엘리베이터가 들어온지 100년이 훨씬 넘고 나도 그중 1/3은 그 업에 종사했으니 용어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없을수 없다. 몇가지는 용어를 소개하고 어떻게 하면 산업계를 위해서 좋은 것일지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엘리베이터(Elevator)라는 용어도 미국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유럽에서는 리프트(Lift)라고 한다. 두 단어는 거의 모든 국제 기준에서는 병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기준을 받아들이면서 엘리베이터를 리프트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국내에서는 리프트는 공사현장에서 쓰는 건설용 리프트라는 인식이 강해 엘리베이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법령상으로는 "승강기"라는 용어를 쓴다. 승강기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를 포함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약간의 억지는 있지만 그만큼 용어를 선택하여 사용하는데 창의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에스컬레이터는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로 나누었다. 참으로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힘들게 되어 있다. 많은 승강기 제조회사들이 "OOO엘리베이터"라는 상호로 용어를 쓴다. 하지만 한국승강기대학교는 Korea Lift College라는 영문을 사용한다. 대한승강기협회는 KOrea Lift Association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2005년 한국엘리베이터협회(KEA)에서는 "승강기 용어 (Terminology of the Lifts(Elevators), Dumbwaiters, Escalators and Passenger conveyors(Moving walks))"라는 단체 표준 (SPS, Standard of Private-Sector)을 만들었다. 이 규격은 승강기 관련의 법령, 규격 및 기술 정보의 이해와 적용 능률의 향상을 꾀하기 위하여,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현재는 승강기 안전관리법) 및 그 하위 법령, 관련 국제, 지역, 국가 규격 및 한국산업규격, 타 법령 및 문헌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로 기술적인 용어들을 발췌하여 제정한 한국엘리베이터협회의 단체규격이다.
하지만, 이 단체표준은 2005년 제정이후 단 한번의 개정도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이 단체표준과 무관하게 승강기 안전기준을 포함하여 여러 법령에서 용어가 변경되기를 거듭하였다. 대표적으로는 2018년 주요 부품의 용어 변경이 있었다.
2018년 이전 | 2018년3월27일 이후 | 비고 |
1) 조속기 | 과속조절기 | 과속조절기(過速調節機(법적)), 조속기(調速機,한국,일본), 한속기(限速機,중국), overspeed governor, 가버너등으로 불린다 |
2) 주로프 | 매다는 장치(현수) (로프) | |
3) 가이드 레일 | 주행안내 레일 | |
4) 비상정지장치 | 추락방지안전장치 | |
5) 개문출발방지장치 | 문열림출발방지장치 | |
6) 소형엘리베이터 | 주택용엘리베이터 | |
7) 도어 가이드슈 | 출입문 안내수단 |
주1) XXX장치를 XXX기(機 또는 器)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엘리베이터 베이직 테크놀러지, 성안당, 2022, 황수철)
1) 과속조절기: 모름지기 용어는 부품이나 제품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선택해야 한다. 과속조절기를 과속검출기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 과속조절기(조속기)는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다는 이유인데 그렇다고 검출만하는 것도 아니다. 속도의 검출과 추락방지안전장치의 동작을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과속방지장치”라고 부르는게 더 합리적이다. 조속기를 과속조절기로 바꿀때도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는데 이를 또 반쪽짜리 의미를 부여하는 비슷한 용어로 바꾸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렇듯 한가지 용어만 가지고도 많은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른 의견이 다를 수 있다.
2) 주로프: Main rope를 한글로 번역하여 사용한 것이다. Main rope는 Governor rope와 구별된다. 이러던 것을 EN81-20에 나오는 Suspension means를 현수수단->매다는 장치로 번역하여 이상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벨트를 적용하면서 주벨트라 할수 없으니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프(Main rope)는 그 자체가 일반용어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곳에 벨트를 쓰든, 체인을 쓰든 주로프라 해도 의미상 문제가 없다. 골프채에서 "우드"가 지금도 우드(wood)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가?
3) 가이드 레일: 굳이 왜 같은 뜻을 한가지 또 다른 용어를 만들었을까? 아예 엘리베이터 용어에서 영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래서 날림으로 용어를 만들었다고 하는거다.
4) 비상정지장치: EN 81-20에서는 Safety Gear라고 하고 ASME에서는 Safety Device라고 한다. 이 Safety Gear는 상승과속방지장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그동안 양방향 비상정지장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비상정지장치를 추락방지안전장치라고 개명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양방향 추락방지안전장치라고 칭하고 있다. 비상정지장치는 주로프의 파단으로 발생하는 추락의 상황에서만 동작하는게 아니라 넓은 의미로 보면 하강방향으로 과속(정격속도의 115%이상 1.25V+V/0.25이하(m/s))이 일어났을때 동작하는 안전장치이다. 이 과속의 범위내에서는 추락상황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장치를 추락이라는 용어로 범위를 제한해 버렸다. 추락은 엄밀히 얘기하면 주로프가 매달려 있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용어를 짧은 시간동안 넓게 생각하지 않고 개명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설명할 것이 많아졌다.
5) 개문출발방지장치: 개문을 문열림으로 바꾸었다. 최초에는 법령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개발단계에서는 개문발차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발차가 어려운 단어라 보고 출발로 한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문열림출발방지장치라는 용어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EN81-20에서는 UCMP(Unintended Car Movement Protection means)로 의도하지 않은 카의 움직임을 방지하는 장치 정도로 해석된다.
6) 소형엘리베이터: 주택이외에도 적용이 가능할텐데 뜻이 협의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7) 도어가이드슈: 출입문 안내수단으로 점점 용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안전기준상에서의 상부 안내수단은 행거롤러를 말하고, 하부 안내수단은 가이드 슈를 말한다.
2018년 용어 개정시 모든 용어에 개정이유가 있었겠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개정된 용어가 해당 부품을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것은 불필요한 개정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물론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엘리베이터 - 기계적 안전장치 (tistory.com)
엘리베이터 - 기계적 안전장치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물리적 작용(동작)으로 직접 장치가 개입하여 안전하도록 하는 장치는 기계적 장치로 구분하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안전 스위치를 동작시켜 카를 멈추도록
elevatorlaboratory.tistory.com
엘리베이터 용어에 대해서 업계나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논쟁이나 소모적인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다. 이왕지사 만들어진 단체표준 "승강기 용어"를 서둘러 개정하는 작업을 착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즉흥적인 용어추가로 끝날게 아니고 해당 전문가들이 모여 용어를 만들고 선정하는 기준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대대적인 용어 정리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만들어진 용어는 모래밭에 새길게 아니고 대리석에 새겨 최소 반세기는 바뀌지 않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부품이 만들어졌을때도 이러한 기준하에서 용어를 선정하거나 정한다면 산업계의 후학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7.31
(c) 칠보 (chillbo)
여담(餘談)) 신입사원 시절에 현장에서 배운 현장 작업 용어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쪼이"라고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이나 보수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현장기술자들이 가끔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
“쪼이업!”, “쪼이따운!” (무슨 뜻일까?)
이 용어는 주로 승강기의 카를 조금 올리거나 내리고자 할 때 운전자(수동 버튼을 누르는 위치에 있는자)에게 큰소리로 명령하는 것으로 보통 수동으로 카의 위치를 되도록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맞추는 작업을 행할 때 사용하는 작업 명령어이다.
그렇다면 “업(up)”과 “따운(down)”은 그 어원을 알 수 있겠는데 “쪼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이고 무슨 뜻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장에서 이러한 명령어를 사용할 때 말 뜻을 모르고 사용하면서 적지 아니하게 어색하였지만 몇몇 배테랑 현장기술자들에게 물어보아도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알지만 그 뜻과 어원은 잘 모른다. 일본어 냄새가 나서 사전을 뒤져 보았다. 다행히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정확한 뜻에 맞는 얼본어를 사용하는 것임을 알았다.
ちょい(초이)는 부사(副詞)로 속어(俗語)이다. 좀; 조금; 잠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ちょっと(촛또, 잠깐) 少し(すこし, 스꼬시, 조금)이라는 말과 유사하다.
경음화로 초이라는 발음을 쪼이라고 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해서 쪼이업, 쪼이따운은 초이라는 일본어와 업 또는 따운이라는 영어가 합성된 일어+영어 합성어인 것이다. 말뜻은 조금올리거나 조금내리라는 뜻이다. 본래의 말뜻과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뜻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쪼이업/쪼이따운이라고 하면 얼마만큼의 양을 얘기하는 것일까? 일단 국어사전을 뒤져 “조금”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조금
조금 Ⅰ [명사] 1. 적은 정도나 분량. ¶용돈이 조금밖에 안 남았다. 2. 짧은 동안. ¶그는 성격이 급해 조금도 못 기다린다. (센말) 조끔. Ⅱ [부사] 1. 정도나 분량이 적게. ¶ 조금 모자라다. 2. 시간적으로 짧게. ¶ 조금 전에...
조금의 센말은 “쪼금”이 아니고 “조끔”이란다. 좀은 <조금>의 준말이다.
대체적으로 현장용어는 경음화되어 있는 경향이 많다. 다운도 따운으로 초이도 쪼이로 발음한다. 그 외 경음화된 대표적인 예로 자장면이 짜장면이 된 것을 들수 있다. 경음화된 발음은 나중에 더.
하여튼 엘리베이터에서 쪼이라는 의미가 어느정도를 의미하는지는 현장기술자마다 쪼이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10mm~100mm사이를 의미한다. 사실 수동 버튼으로 더 정밀한 위치를 맞추어 내는 일은 어렵고 현실적으로 작업에 필요한 양들은 이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렇게 일어와 영어가 합성된 현장의 전문용어를 순수 국어로 변경해보면 어떨까?
“조금올려!” “조금내려!”로... 쪼이 어색해도 조금씩 사용하다보면 쪼이쪼이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