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내가 원하는 집 (나의 소원)

칠보 2023. 11. 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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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나는 우리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집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윗집이나 아랫집의 소란에 가슴이 아픈적은 없으나 내 집이 다른 사람의 집을 소란하게 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도둑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2 ]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체격(몸무게)도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PDP같은 최신 가전제품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우리집 전체로 보면 시집올 때 가져온 가전제품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우리의 현재가 불행할 수도 있는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통장에 있는 돈만으로도 온가족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 3 ] 나는 우리 집이 옆집과 비교되거나 윗집을 모방하는 집이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가족의 평화가 우리 집에서, 우리 집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 4 ] 또 우리 가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집의 위치와 크기 및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남, 2남을 한꺼번에 얻는 홍역을 치른 우리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집을 넓혀 이사 가지 않고 마음을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가족이 주연 배우로 세상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 5 ]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사교육의 철폐와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 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와 집을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 6 ]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한 가족은 일언이폐지하면 모두 성인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 가족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한번도 싸운적이 없어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 투쟁의 정신을 길른적은 없었으니, 언제나 화합의 건설을 일삼고 있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가족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형제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옷은 조금 쭈글쭈글해도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집안에는 책과 옷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어도 언제나 춘풍이 태탕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가족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 되고 그러한 정신의 교육으로 영속될 것이다. 최고 문화로 사람들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은 우리 가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 7 ]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사람들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 8 ]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어쨌든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가족을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이다.
 
[ 9 ] 이러함으로써 우리 집의 화분에는 화초가 무성하고 쌀통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아파트의 계단과 계단과 단지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 즉 대한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집은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 10 ] 가족의 행복은 결코 투쟁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행복이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투쟁은 끝없는 투쟁을 낳아서 집안에 피가 마를 날이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가족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법이다. 이혼하는 부부는 그러함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실례다.
 
[ 11 ] 이상에서 말한 것은 내가 바라는 새 집의 용모의 일단을 그린 것이거니와 그대! 이러한 집이 될진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을 이러한 집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한토(漢土)의 기자(箕子)가 우리 집을 사모하였을 것이고, 공자께서도 우리 가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였을 것이며 우리 가족을 인(仁)을 좋아하는 가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모두 우리 가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 12 ]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학 박사인 당신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 집의 당신과 내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 13 ] 당신도 일찍이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당신이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으면 좋겠다. 내 나이 이제 40이 넘고 항상 공사다망한 관계로 아이들 교육에 종사할 시일이 넉넉지 못할 수도 있으니, 당신이 한번 크게 마음 먹기를 빌지 아니할 수 없다.
 
 
(2005년경 우리가족과 우리집을 위해서)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을 패러디 함.


2023.11.8.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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