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흠집냈다고 택배기사에 “2100만원 물어내라”…아파트 ‘갑질’ 여부 따져보니
엘베 흠집냈다고 택배기사에 “2100만원 물어내라”…아파트 ‘갑질’ 여부 따져보니
최근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손상 시 ‘범칙금 21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공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택배기사와 아파트 입대의 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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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흠집을 내면 택배기사에게 ‘범칙금 2,100만 원’을 부과하겠다는 아파트 공고가 논란이 됐다.
2026년 8월 30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승강기 손상에 대해 이 같은 금액을 고지했다고 한다. 기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용시설의 이용과 관리에 관한 권한이 있지만, 자체 공고만으로 법률상 범칙금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손상이 발생했다면 손해를 입증해 민사상 배상을 청구하는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기사 원문
택배기사와 아파트 사이의 승강기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택배기사에게 승강기 사용료를 받으려는 사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관련 글: 택배기사 승강기 사용료 내라?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 함께 사용하는 시설에서 생기는 불편을 풀어가는 방식이 점점 돈을 요구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이해한다.
택배를 옮기느라 엘리베이터를 오랫동안 잡아두거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종이 같은 물건을 끼워두거나, 여러 층의 버튼을 한꺼번에 눌러 다른 이용자들이 오래 기다리게 된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행동들은 공동 이용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예시이며, 이번 기사 속 택배기사가 실제로 모두 그랬다는 뜻은 아니다.
출근 시간이 촉박한 사람,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사람에게 긴 기다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배송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이용을 계속 방해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문에 물건을 끼워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행동 역시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그 해결책이 “사용료를 내라”거나 “흠집을 내면 2,100만 원을 내라”는 요구여야 할까.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것이 문제라면 그 행동을 줄이는 이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시설 손상이 문제라면 보호 조치를 하고, 실제 손상이 생겼을 때 원인과 책임, 합리적인 복구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바로잡는 일과, 승강기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사용료를 낸다고 장시간 점유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돈을 냈으니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이 생긴다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몸이 불편해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 수단이다. 무거운 짐을 든 사람에게는 수고를 덜어주는 시설이고, 시간이 없어 빨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일상의 편의를 제공한다.
택배기사도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짐의 상당수는 그 아파트 입주민이 주문한 물건이다. 택배기사의 승강기 이용은 주민들의 생활과 직접 연결돼 있다. 문 앞까지 물건을 받는 편리함을 누리면서, 그 배송에 필요한 이동에는 별도의 장벽을 세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함께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필요한 층만 호출하고, 불필요하게 문을 붙잡아두지 않으며, 짐을 옮길 때 시설을 보호해야 한다. 배송할 층이 많더라도 다른 이용자가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가능한 범위에서 나누어 이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입주민에게도 배려가 필요하다. 누군가 우리 이웃의 물건을 옮기고 있다면 잠시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반복되는 불편은 관리사무소와 배송 관계자가 이용 방식과 동선을 조정해 풀어가면 된다. 특정 직업군 전체를 불편의 원인으로 취급할 일은 아니다.
나는 이사할 때 별도로 받는 엘리베이터 사용료에도 반대한다.
이사는 공동주택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활의 일부다. 오늘 다른 집이 이사하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집이 이사할 수 있다. 이웃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불편은 서로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사 시간을 미리 알리고, 보호재를 설치하고, 이용이 몰리는 시간을 피하고, 작업 후 상태를 확인하는 관리는 필요하다. 실제 파손이 있다면 책임도 따져야 한다. 다만 그러한 관리와 별개로, 이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용료부터 요구하는 관행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공시설과 똑같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용시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공공성도 바로 그 지점이다. 함께 쓰는 시설은 공동생활에 필요한 이동을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관리비와 유지비를 고민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비용을 논의할 때에도 시설을 설치한 목적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함께 보자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아끼는 마음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람의 정당한 이용까지 지나치게 제약해서는 안 된다.
택배기사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입주민도 이웃의 생활을 위해 조금씩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쓰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먼저 나와야 할 말은 “얼마를 낼 것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잘 사용할 것인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P.S. 이러한 갈등은 사용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과의 심리적인 문제도 한 몫을 한다. 대기시간을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26.9.7.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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