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다룬 The Days(더데이스)라는 8부작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6월1일에 공개되었는데 우리나라는 7월20일이 되어서야 공개가 되었다. 이를 두고도 최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사태로 정치적으로 공개를 늦춘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더데이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요시다 마사오 소장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요시다 조서"와 "후쿠시마 원자력사고 조사 보고서"와 "죽음의 문턱을 본 남자"라는 인터뷰를 엮은 책을 토대로 일본인의 시각과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화는 2011년 3월 11일 진도 9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15m 높이의 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당시 제1원전은 총 6기중 3기는 가동중이었고 다른 3기는 정지상태에 있었으며 5, 6호기는 1~4호기에 비해 높아 피해가 많지 않았다. 쓰나미의 여파로 전력 공급망이 모두 끊어져 원자로 냉각을 위한 비상디젤발전기를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영화는 쓰나미가 덮치고 간 이후 제1원전 면진중요동의 소장 요시다 마사오 (야쿠쇼 코지 분)와 1,2호기 중앙제어실 마에카와 (다케노우치 유타카 분)간의 사태 파악과 대응에 대해 며칠간의 현장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전기가 끊어져 원자로를 전혀 모니터할 수가 없었고 모든 대응을 수작업으로 해야 했고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이 명확한데도 하는 수 없이 작업자가 밸브를 열기 위해 직접 해당 장소로 가야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된다. 토오전력(극중에서는 도쿄전력이라 하지 않았다)의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일본 총리와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긴장과 갈등도 간간히 묘사되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냉각 작업은 실패하고 1호기의 수소가스폭발이 일어난다. 이후 계속된 폭발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결국 소수 인원만을 남기고 모두 철수를 진행한다. 뒤늦은 자위대의 헬기 냉각 작업을 시도하고 펌프카로 냉각작업을 시도하면서 냉각작업은 일단락 되는듯 하고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가 재미 있네 없네 너무 일본인 찬양이네 사고대응을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했네 마네 하는 얘기들은 여기에서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직원들은 각자의 부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방사능 누출이 명확한데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장 역시 책임감 있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만, 산불도 초기 발생시 가용할 자원을 총동원하여 초기 진압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듣기로는 해수를 활용한 소방차 활용은 원자로를 다시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초기 대응에 미적거려 일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뒤늦게 헬기를 통한 냉각작업, 펌프카를 활용한 냉각작업등을 하였지만 이미 멜트다운(Melt down)이 발생하고 제어 불가능한 사태까지 진전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완전정전을 대비한 설계상 페일세이프(fail safe)는 이중 삼중으로 장치를 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원자로 내압을 줄이기 위한 벤트(Vent)를 위한 밸브 개폐도 위치나 작업이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전사고는 일반 산업재해와 본질적으로 확실히 다르다. 통상 일반 산업재해는 사고가 발생하면 "피재기계의 정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원전은 가동을 중지 시킨다고 해도 핵연료의 핵분열은 멈추지만 핵연료 안의 핵분열 생성물질이 방사성붕괴를 하면서 열을 계속 생성하는 붕괴열(Decay Hear)이 발생해서 이를 냉각해 주어야 하는데 냉각수를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피재기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 일반 산업재해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대형 쓰나미에 따른 완전정전사태 그리고 원자로의 냉각수가 작동하지 않아 원자봉이 녹는 멜트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냉각수를 돌리기 위해서 밸브를 열었지만 소방차도 당도하지 못하고 발전차도 당도하지 못해 속수무책인데 “하늘은 그 어느 한구석에도 행운을 가져다 주지 않고”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해수를 활용한 냉각작업을 주저하였다. 사람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의 끝까지 가지 않도록 그 운을 허락했다면 지금 2023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비윤리적인 일로 갈등을 벌이는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본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의 AI가 통제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그리고 제어할 수 없고 멈출수 없는 원전사고가 오버랩 되는 것은 왜 일까? AI도 제어할 수 없고 멈출수도 없다면...
우리가 세상을 너무 오만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주1) 이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지도 12년이 지나고 있다.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로 내 생애 세번째 원전사고를 목도(물론 다 보거나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아니다)했다. 원전의 대형사고가 미국에서, 소련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각각 일어났다.
구분 | TMI (Three Mile Island) |
체르노빌 (Chernobyl) |
후쿠시마 (Fukushima) |
발생년도 | 1979년 | 1986년 | 2011년 |
발생국가 | 미국 | 소련 (현재 우크라이나) |
일본 |
사고유형 | 급수 시스템 문제 | 원자로의 급격한 출력 폭주 | 지진 및 쓰나미 |
사고의 주요 원인 | 기술적 오류와 운영자 오류 | 설계상 결함 및 운영자 오류 | 지진 및 쓰나미 |
최대 유출된 방사성 물질 | 미량 (기준치 이하) | 매우 높음 | 중간 정도 |
인명피해 | 사망자 없음 소량의 방사선 노출 |
즉시사망자 31명 후유증 악화 |
즉시사망자 없음 인근 주민 이동 |
환경피해 | 미미한 영향 | 큰 지역 오염 | 원전 및 방사성 물질 오염 |
원전 운영 여부 | 현재 운영중 | 폐기물 보관중 | 폐로작업중(2021년~) 폐로는 아직 멀었다는 슬픈 소식도 있다. (8/30) |
기타 | - | 안전문화의 개념 시작 | 오염수 바다 방류 예정 (2023년) |
2023.7.28.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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