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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세월호 침몰" 사고와 재해에 대한 감정적 견해

by 칠보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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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12월26일 세월호와 팽목항을 보기 위해 목포와 진도를 다녀왔다. 사고가 발생한지 8년만에 현장에 다녀온 것이다. 그동안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지만 차일피일하다가 이제서야 다녀왔다. 그날의 슬픈 감정을 몇자 적어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읽고 지금의 감정과 함께 올려본다. 그날,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랬지만 지난 10월29일 참으로 어이 없이 또 한번의 참사가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일어나면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큰 사고가 나면 우선 모든 일을 제쳐두고 정치적 공방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고 반복된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 가고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염치(廉恥)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목포 신항만에 있는 세월호 선체. 녹이 많이 슬었다. 2022.12.26)

 

"세월호 침몰" 사고와 재해에 대한 감정적 견해 (2014.4.20)

 

2014년4월16일 아침9시경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배가 진도 맹골수도에서 뒤집혔다. 총 승선인원은 476명(단원고 325명, 선원30명 포함)이고 지금 현재 56명사망 확인, 구조자 174명, 실종자 246명으로 정부에서는 계속적인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벌써 5일이 지났는데 배가 침몰하고 나서는 단 한사람도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에어포켓에 희망을 거는 듯 하지만 이미 배가 옆으로 뉘었다는 소식도 있고 시간이 많이 흘러 생존자를 기대하기가 더욱더 비관적이어서 안타깝고 비통하기 그지없다.

 

구조작업이 한창인 와중에도 연일 언론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두고 안전관리에서부터 노후된 배의 증축을 통한 배의 안전성 저하 그리고 배의 결함이나 화물적재 방법의 불량 또는 복원력계산등의 미비로 배가 이미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운항을 시작했다등의 원인파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책임자를 찾아내는데 바쁘다. 그리고 구조작업이 이렇게 더디고 어려운것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수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배가 뒤집히고 난후 단 한사람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모든 재해는 여러 가지 인과관계를 통해 발생한다. 각각의 원인은 결과를 가져오고 그결과가 원인이 되어 다른 결과를 유발한다. 이를 도미노이론이라고도 한다. 이번 사고를 발생시킨 간접원인들은 그 수를 헤아릴수없을 만큼 많을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상자(현재는 실종자)를 발생시킨 재해의 직접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를 책임지고 있던 “선장”과 “승무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재해의 피해자 일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지금은 바뀔수 없는 가해자로 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여러 가지의 이유로 배가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긴급처리에 대한 상황판단이 좋았다면 수많은 희생자를 막아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안타깝게도 놓쳐버린 것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재해의 크기를 직감하고 탑승객에게 갑판으로 올라오게 하고 더 기울면 구명정을 펼쳐 모두에게 퇴선명령을 내려 배를 포기하도록 하는 기회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런 기회를 만들지 못한 선장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또한 마땅하다. 하지만 그 당시 선장의 판단은 어쩌면 옳았을 수도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선장이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머무르라는 방송을 하도록 한 판단은 배가 그렇게 빨리 기울어 질줄 몰랐고 주변에 구조요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승객들에게 갑판으로 올라오도록 하거나 퇴선명령을 내렸을 때 올 수 있는 극심한 혼란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선실에 남도록 했다하고 그말은 사실일것으로 본다. 그러한 선장의 판단이 결국 옳지 않았다는 것은 결과적인 얘기이니 그 “선장의 판단”에 이 재해의 모든 화살을 돌릴수도 없고 그것이 이 엄청난 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리더도 충분한 경험을 가지지 못한 경우 그런 판단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구출이 된 “선장”과“승무원”들은 이 재해에서 씻을수 없는 오류를 남겨 놓았다. 비록 처음의 판단실수로 배가 완전히 뒤집혀가고 있다하더라도 승객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까지의 최선을 다해야 했었다. 배가 뒤집혀 객실에 뛰어 들어가 숨을 거두라는 말은 아니다.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채 승객들보다 먼저 배에서 구조되었다고 하니 그들의 직업의식이 얼마나 천박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승무원이나 선장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손을 쓸수 없을정도로 이미 배가 뒤집혀 버려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는 변명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최소한 자신들이 했었어야 하는 것은 배에서 구조되는 사람들이 다 떠날때까지 배에 남아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 비난받고 있는 것은 “판단의 착오”가 아니라 그들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고 그런 값싼 직업의식에 의한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져다 주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을 “선장의 판단착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는 불가피한 판단착오였지만 배와 승객을 먼저 버린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원인보다 더 중요한 이 재해의 원인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한다. 배는 기울어 버렸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소수의 사람만 구조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배가 기울고 있다는 사고소식을 접한 것은 이 나라(정부)였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해경이 출동하고 승객들을 구하면서 기울어져 가는 배를 보면서 우왕좌왕하는 이 나라의 재난 구조 시스템은 선장의 판단착오로 뒤집힌 배에 책임을 떠 넘길수 없는 중차대한 직접원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탑승객의 숫자 파악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배가 뒤집히고 있던 일촉즉발의 시간에 대통령, 국무총리,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해군등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수많은 본부를 차려놓고 각자 면피하는 것만을 생각했지 기울어져 가는 배를 보면서 생존자를 구출하고자하는 노력은 무엇을 했는가? 선장이 배를 버리고 나서는 이제 그 기울어져가는 배를 살려야 하는 책임은 분명 정부에게 있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본 그 정부는 배의 앞머리가 물속에 잠겨갈때까지 이사람 저사람 말을 듣고 책임을 피해 나갈려고 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이제는 그 실날같은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그 많은 전문가들은 평상시에 국민의 돈을 받고 살면서 이런 사고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선장의 판단착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소위 “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설령 있다손 치드래도 “비전문가”가 도맡고 있는 재해상황의 지휘로 얼마나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겠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뒤집힌 배에서 사람을 구출시키는 일에 국가의 모든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총동원했다하는데 어떻게 단 한사람도 건져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고보고후에 재난본부가 차려질때까지 1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배가 뒤집히고 있는데 1시간이라니... 이야말로 탁상행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현장 상황의 긴급도에 따라 지휘자(꼭 높은 사람일 필요가 있나?)를 달리하고 그 지휘자에게 전권을 주어 충분한 기술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통한 작전수행 즉, 대통령도 그 지휘자 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휘통계가 필요하다. 그 지휘자가 또 다른 판단착오를 일으킨다면 어쩔건가하는 생각이 있기는 하나 그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좋으면 좋았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뒷짐을 지고 지켜보다가 배가 가라않는 것을 보는 지금의 상황말이다.

 

이번 재해를 보면서 두 개의 무능과 두 개의 무책임을 보았다. 선장과 정부의 무능, 그리고 선장과 정부의 무책임이다. 아니 그나마 정부는 책임을 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밟고 있기는 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 방법과 과정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배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 300여명이 탑승해 있었다. 17~8세의 아이들은 부모들이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을 나이의 아이들이다. 아직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삶이 어떤지도 모르는, 더 많이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하고 아직 준 것이 많지 않은 부모가 정말로 잃고 싶지 않는 그런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뒤집힌 배안에 있다는데 그 불행한 심정을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추정되는 원인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세월호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인과 사고는 필연적이지만 사고와 재해는 우연적이다. 큰 사고가 꼭 큰 재해로 이어지기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이런 끔찍한 재해로 연결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던 두번의 기회가 있었다. 선장의 판단 그리고 정부의 구조작업. 첫 번째 것은 선장 개인의 판단이고 두 번째 기회는 시스템이고 많은 사람들이 준비해놓은 절차이나 이 모두가 하늘도 무심하게 재해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진도까지 그리고도 30여 km를 바다로 가야 사고 현장에 다다른다. 그 멀고도 먼 길을 따라 가면서 사람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서 나의 나머지 시간을 바치기로 결심해 본다. 

(팽목 기억관:  덩그러니 녹이 슬고 있지만 그 슬픔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4. 4. 20 최초작성

2023. 1.1.   추가편집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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