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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또 하나의 감정적 견해

by 칠보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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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12월26일 세월호를 목포에서 보고 바로 다음날 우연한 기회로 한남동에 가서 지난 10월29일 참사가 있던 이태원 현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밤인데 앞뒤로 경찰관 한두명이 지켜 서 있고 행인도 많지 않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거리는 스산하기까지 했다.

 

지난 10월29일 밤 11시경 이태원역과 해밀턴 호텔옆 세계음식문화거리로 통하는 골목길에서 15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압사를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날은 할로윈데이축제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태원을 찾았고 많은 인파로 골목골목이 인파로 꽉 들어찬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를 듣고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져 눌려 압사를 당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그 좁은 골목(5.5평남짓, 300여명이 뒤엉켜)에 이태원역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T자형 골목인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서로 밀치면서 그 좁은 골목의 중앙에 있던 사람들이 양쪽으로 눌려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듣고 너무 참담하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한 두명도 아니고 158명이 사망에 이를때까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리고 정부의 재난안전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었던 걸까?

 

설마 설마하는 생각이 최악의 사태에 이를때까지 거기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정부도 깨닫지 못했을 거라는 냉정한 생각을 해본다. 아무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현장의 상황에 대해 누군들 정확한 판단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고는 반드시 원인(주1)이 있다고 했다. 사고와 원인과는 필연적이다. 이를 "원인 계기의 원칙"이라 한다. 그래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반드시 제거해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했다. 이를 "예방 가능의 원칙"이라 한다. 원인만 제거하면 반드시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고로 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어리석지만 그래도 사고가 발생했으면 그 원인 파악을 철저히 해서 재발을 방지토록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는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독 그날따라 경찰의 몰려드는 인파 관리(일방통행등)가 너무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부(경찰)의 안전불감증(주2)에 의한 결과다. 지금껏 각종 축제나 공연에서 보여준 인파관리에 비해 너무 적은 경력과 안일한 관리가 참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왜 소홀했냐 하는 것은 간접적인 원인이다. 경찰국신설을 해서 그렇다, 그날 마약단속이 크게 있을 예정이었다, 용산 경호에 경력이 많이 소요되었다, 주말시위통제를 위해 경력이 분산되었다등등은 모두 소홀한 인파관리를 가져왔던 이유이다. 그놈의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가 없거나 빈약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택도 아닌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도 있고 주최가 없는 행사에는 매뉴얼이 없다는 황당무계한 소리도 모두 간접적인 원인이다. 물론 그런것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인파관리소홀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좁은 골목길에 사람이 몰리고 군중심리(주3)가 발생하여 대단히 불안전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사람들은 불안전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안전불감증을 가져온 많은 직간접적인 원인들을 파헤치고 모든 사람들이 보고 느낄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처벌하고 용산구청장, 서울시장, 경찰청장,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할것 없이 모두 원인제공의 책임선상에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엄청난 사고를 쉬쉬하는데에만 급급하고 책임의 희생양을 찾든지 얼버무리려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취지로 보면 이태원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119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대응도 문제이지만 이미 사고가 발생하거나 소홀하기로 마음먹은 경찰의 관리에 기대가 무리였을 수 있다.

 

책임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고의 희생자들과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죄의 여부에 상관없이 상당부분까지는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사고의 당사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숨기려 하지 말고 많은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모두 알리고 현장도 가능하다면 가슴 아픈 현장이지만 이대로 보존하여 현재 세대와 후세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고 사람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 안전사고에 유의하여 보다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 질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태원 참사
(이 거리를 온전히 보존하여 현세와 후세에게 경종을 울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주1) 하인리히의 재해예방4원칙:

  1. 손실우연의 법칙: 사고로 인한 손실의 종류와 정도는 우연적이다. 사고와 상해정도사이에 항상 우연적인 확률이 존재한다는 이론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 
  2. 원인계기의 원칙: 사고는 여러가지 원인이 연속적으로 연계되어 일어난다. 사고발생과 원인의 관계가 필연적이다. 사고와 손실은 우연적이드래도 사고와 원인관계는 필연적이다.
  3. 예방가능의 원칙: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4. 대책선정의 원칙: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이 선정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주2)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 위험에 둔감해지거나 익숙해져서, 위험다하는 생각이나 의식을 못하는 일 (다음어학사전)

주3) 군중심리(群衆心理):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때에,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행동하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다음어학사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며 사람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서 나의 나머지 시간을 바치기로 결심해 본다. 

이태원 참사2
(골목길 한켠에 많은 애도의 글들이 붙어 있다)

 

2023. 1.1.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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