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창지 (두창저수지 | 카카오맵) 라는 이름이 조금 억센 낚시터를 갔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즈음하여 송과장과 먼저 선발대로 도착했다. 미끼를 사고 처음으로 들어간 수상좌대는 이불도 있고 LPG 가스 난로도 있고 춥지 않아 밤낚시를 즐길 수 있기에는 적절했다. 해가 지기 전에 대를 펴고 바늘을 갈았다. 일전에 나의 낚시 연습장인 대관지(대관리저수지 | 카카오맵 )에서 고기가 잘 물지 않는 것으로 봐서 바늘이 신통치 않아서 그런 것 같아 책을 보고 6호 바늘(주1)을 사기로 했다. 나의 낚시 사부가 작은 바늘로 큰고기는 낚아도 큰 바늘로 작은 고기를 낚을 수는 없다고 했었다. 좀 그럴듯하게 채비를 갖추고 두 대를 폈다. 송과장도 대충 채비를 하고 대를 폈다. 본진의 전화가 왔다. 본진이라고 해봐야 정대리와 안과장이 먼저 차로 오고 김대리는 저녁 일을 좀 보고 10시쯤 도착한다고 해서 둘이 오고 있는 중이었다. 길을 좀 해매는지 전화가 왔다. 둘이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낚시를 할 요량으로 가지고 있던 글루텐(주2) 미끼를 한봉지 뜯어 물에 개었다. 미끼를 던졌다. 수상좌대라고 저수지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저수지의 가장자리를 마주보며 하는 좌대다. 앞에서는 뭍에 있는 좌대에 않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보며 하는 낚시라 좀 어색하기도 했다. 완전히 어두워져 본진이 도착했다. 각자 채비를 하여 자리를 잡고 낚시대를 드리우고 나서야 저녁밥을 먹게 되었다. 송과장이 준비해 온 알탕세트를 끓이고 소주와 맥주를 한잔씩 돌리며 얘기를 했다. 동네 어느 일식집에서 맞추었다는데 알탕이 무척 많이 들어 있었다. 겨우 아내에게 결재를 받아 왔다는 정대리와 병원에서 퇴원하신 부친과 낚시 간 얘기로 시끌벅적하게 저녁을 먹었다.
회사를 다니고 나서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참으로 미묘한 감정들이 흐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업무와 관련한 얘기 또는 사사로운 얘기를 할때에도 조금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모든걸 터 놓고 얘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서에서 야유회를 가서도 상하관계, 동료관계사이에서도 끊임없는 웃음이 넘쳐 나오지만 최소한 나의 입장과 견해에서는 과거 학창시절 친구들과 터넣고 웃으며 지냈던 시간들과는 천양지차로 차이가 남을 어쩔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다. 참으로 냉정하기까지한 인간관계로 십수년을 살아왔다. 최소한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 그렇지만 기억에도 처음으로 똑같은 회사사람들과 간 낚시였지만 이렇게 사심없이 모든걸 떠나 자기와 자기 주변의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들정도로 진솔하고 깨끗한 얘기들이 오고 간다는 것이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회사에서의 상하관계,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서로가 즐거운 마음과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술이 들어 갔다고 그런 것도 수상좌대에 고립되었다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살았고 또한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않았겠는가하는 반성을 해본다.
그렇게 얼마간 저녁밥을 먹었는지 모르고 이제 낚시를 해보자고 일어났다. 내 채비를 향해 걸어가고 캐미의 밝은 빛을 새어보니 두 대를 폈는데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순간 고기가 문 것이 아닐까하고 잽싸게 뛰어가서 오른쪽 낚시대를 들었다. 순간 묵직하고 흔들거리는 움직임(손맛)이 온몸을 움직였다. 제법 큰 고기가 문 것을 직감했다. 짧은 조력으로 큰고기에 대한 느낌은 작년에 한번 경험해 봤을뿐인데 그런 크기의 고기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뜰채로 겨우 올린 고기를 보니 처음 보는 고기였다. 한 이삼십센티정도 크기였는데 저녁에 랜턴으로 비춰본 고기는 분명 잉어는 아니었다. 뭐 그게 대수겠냐 싶고 첫 개시를 알리는 조과여서 그런대로 기분좋게 고기가 문 바늘을 빼고 있는데 옆에 앉은 정대리가 왼쪽에 있는 낚시대를 잽싸게 낚어챘다. 들고 있던 뜰채로 고기가 아직 안에 있는데 급한 김에 그걸로 다시 떠냈다. 두 마리가 거의 동시에 잡힌 것이다. 정대리는 찌맛 손맛을 보고, 난 고기 맛을 본 것이다. 그렇게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시간의 흐름에 마취가 되어 얼마나 흘렀는지 얼마가 지났는지를 잘 알 수가 없어진다. 그렇게 밤낚시가 시작되었다. 송과장과 몇차례 밤낚시를 다녀보았는데 낚시는 참으로 알 수가 없다. 낚시를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즐거운 마음이 들지만 막상 낚시대를 펼치고 시간이 지나면 여기저기 쑤셔오는 팔다리와 그래도 입질이라도 간간이 있으면 시간 가는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거의 노동에 가까운 사역을 하면서 무심한 찌만을 바라봐야 한다. 거기에 밤이슬이 내리고 몸이 추위를 느끼면서 새벽 두세시가 되면 난 견디지 못하고 차안에 들어가 자고 다시 동틀무렵의 새벽이 되면 일어난다. 그사이 송과장은 대어를 낚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래도 묘한 것은 중간중간 그런 어려움이 있지만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천신만고 끝에 물고기를 한 마리 낚으면 그 피로가 말끔히 씻어진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마취되고 아무리 온 몸이 쑤시는 한이 있어도 물고기와의 한판 승부에서 이룬 쾌거가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아니 최소한 낚시를 좋아하는 조사들은 그런 기다림에 꽤나 익숙해져 있을 듯 싶다. 행색이 남루하고 불결해져 있는 조사들에게도 그런 기다림은 분명 마음을 맑게 하는 훈련일 것이다. 육체를 괴롭게 해서 좀 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대리가 느즈막이 합류했다. 김대리도 낚시대를 펼치고 고기를 낚기 시작했다. 안과장은 자리가 좋지 않았는지 시작부터 수초와의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었고 정대리의 찌도 장시간 침묵으로 일관했다. 새벽 한두시나 되었을까 김대리가 떠왔다는 회를 먹기로 했다. 2차 회식도 1차에 못지 않게 즐거움이 가득했다. 사내커플인 김대리는 정말 즐거운 사람이다. 특히 아내 얘길 할때는 더 즐거운 사람이 된다.
정대리가 붕어를 낚은 시간이 대략 회를 먹고나서 한시간쯤 지나서 였다. 훽~하고 잡아챈 낚시대가 휘청하면서 큰 활모양을 그리더니 툭.툭.툭하면서 고기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옆에 있던 안과장이 뜰채를 준비하고 (그동안 안과장은 뜰채맛만 톡톡히 보고 있던 중이었다. 주변의 조사들이 잡아 올리는 고기를 뜰채로 거의 다 받아 냈으니 말이다.) 들어 올렸다. 한 척(30.3cm, 다른의견도 있다)은 넘지 않았지만 그래도 준척급의 대어였다. 내심 주변에서의 조과에 신경이 조금 쓰였는데 그나마 조금 늦었지만 한수 획득한 정대리가 의기양양해 했다.
새벽 서너시가량이 되었을까 내가 가장 먼저 떨어졌다. 거금 5000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LPG 난로의 덕택으로 얼은 몸을 녹히는데는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몇시가량이 지났을까 잠깐 눈을 떠보니 김대리, 정대리도 들어와 눈을 부치고 있었다. 동이 텃나 보니까 아직은 깜깜한 밤이다. 그래도 어렵게 나온 밤낚신데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바람이 잦아들지 않아 찌가 흔들거리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제법 묵직한 고기들만이 올라와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밖을 나와보니 왠 미이라 같이 생긴 사람이 담요를 뒤집어 쓰고 낚시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안과장이었다. 새벽까지 별다른 조과가 없던 안과장이 반성낚시중이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준척급의 붕어가 올라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매번 잡아 당길때마다 수초가 걸려 휘청거리던 모양이 아닌 살아있는 챔질이었고 드디어 붕어 한 마리를 획득하는 개가를 올렸다.
새벽 동이 트고 김대리가 끓여준 컵라면으로 야식을 대신하고 김대리와 안과장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밤사이 잡은 고기를 모두 모아(약 30수 정도) 낚시터 주인의 기념촬영을 하고 이때 송과장(회사를 그만둔지는 한 사오년된다)은 잠이 들어 있어 촬영에 협조를 못하였다. 어제 밤에 처음으로 잡았던 고기를 자세히 보니 정말 모르겠다. 김대리가 “누치”라고 하는데 집에 와 인터넷을 찾아 보니 긴가민가다. 남은 세사람도 열한시까지 낚시를 더 하고 수중좌대를 나왔다. 맞은편에 뭍에 앉아 낚시를 하던 사람중에 7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대물을 낚는 현장을 목격하고 우와하는 부러움에 목소리를 냈다. 정말 큰 물고기 였고 나도 그렇게 큰 고기를 잡는 장면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낚시를 시작하고 8개월이 지났다. 작년초에 아버지가 쓰시던 낚시 가방이라고 하면서 나에게 낚시하면 가져가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시겠다고 해서 버리시게 하는게 별로 좋지 않아서 제가 하겠다고 들고 와서 거의 반년이상을 묵혀왔고 사실 낚시를 하겠다는 별다른 뜻도 없었다. 매 주말은 그냥 푹쉬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짬이 나면 회사에 와서 업무정리하고 도서관에도 잠깐씩 다니던 기억들외에 특별히 취미활동이라고 해서 주말의 시간을 보내본 적은 별로 없었다. 옛날에는 “주말과부”라는 유행어를 낳은 낚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찮게 송과장과 작년여름 휴가 때 별로 할일이 없어 낚시라도 해보자고 해서 들고 나간게 시작이었다. 낚시대와 의자는 십수년을 정리된 채로 들어가 있었고 펼쳐보니 그안에는 수십 수백명의 아버지가 들어가 있었다. 옛날에 해두신 메모도 그냥 그대로 있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태클박스의 각종 낚시 도구들과 함께 꼼꼼하시던 아버지의 손길이 그 안에 곳곳히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살아계실 때(지금은 돌아가셨다) 낚시가방을 열어봐서 가끔씩 아버지를 만날때면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영원히 내집의 어느 한 구석에서 묵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그해 가을 거의 매주 근처 낚시터를 둘러보면서 이렇게 많은 낚시터가 있었는가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정말 오래간만에 그 가을이 시작되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낚시터를 다니는 것은 자연의 변화와 함께하는 것이고 그 자연의 흐름을 몸소 느끼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자연을 잊고 살았다. 사실 낚시의 조력으로 치면 나도 국민학교 삼사학년때부터 대나무에 낚시줄을 매고 동진강 상류 칠보발전소 밑에서 수도 없는 낚시를 했었으니 벌써 한 사십년은 되었을 것이다. 도시에서 살게된 때부터 그런 자연의 변화에 너무나 둔감해진 자신을 모른채 살아왔다. 그런 잊었던 기억이 비로소 낚시를 다니면서 깨닫게 되었고 이제 주말의 날씨에 살벌하게 민감해져 갔고 저수지 가는 길과 저수지 근처에서의 자연에 신비스러움과 감사함을 항상 갖게 된다. 낚시의 진수인 붕어낚시에 관한 책을 받아 읽을때의 설레임도 잊지 못한 기억이 되었다. 아내가 가끔씩 묻는 낚시를 다녀오면 뭐 도움되는게 있느냐고 한다. 그럴때면 난 당신이 교회에 가서 영혼을 맑게 하고 돌아오듯 나도 낚시를 하고 나면 정신이 한결 깨끗해짐을 느낀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연과 가까이에서 잔잔한 호수면에 시선을 응시하고 땅과 하늘을 동시에 쳐다보며 몰입을 하면 마치 기도를 하고 난 후처럼 정신이 맑게 된다고 하면서 그러면 그저 마음씨 좋은 아내는 별 궤변을 다 듣는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고 만다.
며칠을 낚시터에서 보내는 일명 장박을 때리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을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한쪽은 자연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고 한쪽은 문명의 도가니에 있었던 사람정도의 차이일까?
친구들에게도 낚시를 하면서 루소가 한 “자연으로 돌아가라”가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알것같다고 너스레를 떨면 마지 못해 들어주는 눈치지만 그래도 난 간증을 하듯히 얘기한다. “등산도 좋으니 우리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에필로그)
아침 열시쯤 옆좌대에서 사람 둘이 나와서 낚시를 시작했다. 분명 어제 초저녁에만 해도 낚시를 했었는데 밤새 낚시를 안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도 낚시대만 보이지 사람들이 안보여서 내심 의아해 했었는데 열시쯤되니 두사람이 나와서 낚시를 하는게 아니겠는가? 옆에 앉아 있던 정대리에게 혹시 간첩이 아니냐고 했더니 정대리는 남녀사이가 아닌지 봐라고 해서 보니 남자둘이여서 남자둘이라고 했더니 남자둘도 사랑할 수 있다고 그런다. 그래서 아니 그럼 남자 둘이 출장가서 같이 자면 모두 그런 취급 받는거냐 하니 어쩌구 저쩌구 한다. 한번 물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만 두었다. 한바퀴를 모두 돌고 도착한 보트를 타고 수상좌대를 나와 주인장이 우리가 있었던 7번좌대가 어젯밤 가장 조과가 좋았다는 기분좋은 소리를 듣고 두창지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무려 이십사시간을 자고 나서 이글을 쓴다.
주1) 낚시바늘의 종류 참고 블로그
미끼 종류별 붕어낚시 바늘 크기(떡밥,지렁이,옥수수,새우)
낚시 바늘의 종류와 차이점 (붕어,감성돔,벵에돔,장어)
주2) 붕어낚시 미끼의 종류
[월간붕어 10월호]다양한 붕어 낚시 미끼 : 네이버 블로그
글루텐: 글루텐 - 나무위키
2006.4.16.(일) 작성
2024.11.27. 편집
(c) 칠보 (chil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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